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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나올 때마다 값 올리고… 소비자는 ‘봉’인가?

신차 나올 때마다 값 올리고… 소비자는 ‘봉’인가?

현대차, 아반테 해치백 모델 ‘i30’ 110만~205만원 올려 일본은 기술개발로 원가절감… 10년간 값 거의 제자리

  •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차값이 너무 높다’는 소비자들의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신차 출시 때마다 값을 크게 올리고 있다. 최근 4~5년간 차값이 꾸준히 올랐는데도 가격인상은 진행 일변도다. 현대자동차는 12일 유럽형 해치백(뒷문이 위로 열리는 차) ‘i30’ 가격을 1280만~2051만원으로 책정했다고 밝혔다. ‘i30’은 사실상 준중형세단 아반떼의 해치백 모델에 해당하지만, 아반떼보다 등급별로 110만~205만원 값이 오른 셈이다. 또 동급인 기아차의 쎄라토 5도어 해치백과 비교하면 가격 인상 폭이 더 크다. 1.6리터 휘발유엔진 모델 최고급형끼리 비교하면, 쎄라토 해치백은 1529만원, i30은 1855만원이다. i30 쪽이 300만원 이상 비싼 셈이다.

    르노삼성도 지난 2일 중형세단 SM5의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하면서, 기존 모델보다 가격을 100만~220만원 올렸다.

    ◆신차가 좋아지는 것은 당연… 가격인상 이유 안 돼

    자동차는 공산품에 해당하기 때문에 해마다 기술개발을 통해 원가절감을 한다. 또 산하 부품업체에는 매년 5% 이상 ‘CR(cost reduction·비용절감)’이 관례적으로 이루어진다. 전자제품만큼은 아니더라도 자동차 역시 신제품의 성능·장비가 좋아지는 것은 당연하며, 이것이 가격인상의 이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 유럽·미국·일본 자동차회사들은 자체적인 원가절감 노력으로 가격인상 요인을 흡수한다. 당연히 신차를 내놓았다고 동급차종의 가격을 크게 올리는 일은 거의 없다.

    현대차는 신차 i30에 대해 21개월간 총 1959억원을 투자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i30은 기아차가 유럽에서 생산·판매 중인 준중형 해치백 씨드를 기반으로 내·외장을 조금 바꾼 차다. 현대차는 “기아 씨드와 현대 i30은 거의 같은 차이며, 개발비용도 완전히 새로운 차를 만들 때보다 훨씬 적게 든다”고 밝혔다. 따라서 i30의 가격인상에 대해서는 현대·기아차가 유럽에서 팔려고 만든 전략차종의 개발비용을 국내 소비자를 상대로 뽑으려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본, 성능 높아져도 10년간 가격 안 올라

    일본의 자동차값은 지난 10년간 오르지 않았다. 내수경쟁이 치열해 특정 업체가 가격을 올리는 것이 불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도요타 코롤라의 기본형 가격은 140만엔대로, 1997년의 157만엔대보다 오히려 싸졌다. 고급차인 도요타 크라운 최고급형은 현재 446만엔대. 역시 1997년의 453만엔보다 더 싸다. 혼다 어코드는 1997년이나 지금이나 기본가격이 약 200만엔 전후로 거의 비슷하다.

    최근에는 일본의 중소형차 값마저 한국보다 저렴해지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작은 차로 갈수록 한국보다는 일본 같은 선진국이 값을 낮추기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지적과는 전혀 다른 결과다.

    도요타 코롤라(1.5리터·자동변속기 기준)의 일본 판매가는 149만1000~169만500엔(약 1120만~1273만원)으로 국내에서 팔리는 아반떼·SM3·라세티 등 동급 준중형차의 가격보다 오히려 싸다.

    중형 이상은 말할 것도 없다. 중형세단인 혼다 어코드(일본 내수형·2리터·자동 5단)의 일본 판매가는 203만7000~224만7000엔(1530만~1687만원)으로 국내 중형세단보다 더 저렴하다. 도요타의 고급세단인 마크X(2.5리터·5단 자동)도 247만8000~309만7500엔(약 1861만원~2326만원)으로 역시 국내 고급세단보다 저렴하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의 스즈키 소타로 기자는 “일본에서도 신차일수록 에어백이나 편의장비를 더 많이 장착하지만, 가격은 지난 10년간 오르지 않았다”며 “일본의 자동차값은 ‘소형차는 얼마, 대형차는 얼마’ 정도라는 소비자의 인식수준이 확실하기 때문에, 그보다 비싸면 절대 팔리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