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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happen ??

자장면 1그릇 혼자 먹든, 나눠 먹든…웬 참견?

자장면 1그릇 혼자 먹든, 나눠 먹든…웬 참견?
KT ‘미승인’ 인터넷공유기 이용단속에 누리꾼 ‘발끈’
하니Only 이정국 기자
» KT에서 일부 공유기 사용자들에게 보낸 공지사항.
“자장면 하나 시켜서 혼자서 먹든, 둘이서 나눠 먹든 주문한 사람 마음이다. 왜 중국집에서 ‘추가요금’ 내라고 하나.”

인터넷서비스업체인 KT가 ‘승인되지 않은’ 인터넷 공유기를 단속하고 추가요금을 물리겠다는 팝업 공지가 뜨고 이 사실이 일부 IT전문지에서 보도되자 누리꾼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인터넷 공유기란 가입자가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1회선 가입한 뒤 유무선으로 여러 대의 PC에서 나눠서 인터넷을 쓰게 해주는 장치다. PC가 한 집에 1대이던 시절엔 문제가 되지 않던 현상이었으나 상당수 가정에서 노트북 등 여러 대의 피시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하나의 인터넷 회선을 공유기를 통해 나눠 쓰게 됨에 따라 인터넷서비스 회사와 가입자들 간에 문제가 불거졌다.

현재 케이티는 650만 메가패스 가입자 가운데 공유기 이용자를 30만~80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KT가 서비스 약관에 따라 이들 미승인 공유기 이용자 일부를 ‘불법 공유’로 보는 데서 출발한다.

KT는 IP공유기로 인터넷을 쓰는 미승인 가입자에 대해 팝업창을 통해 약관위반 사실과 경고를 담은 팝업 공지를 최근 내보내기 시작했다. 케이티는 이 경고성 공지를 초고속 인터넷서비스에 가입한뒤 재판매 행위를 해온 메가패스 600여 가입자에게 띄웠다고 2일 밝혔다.

이 팝업 공지에 누리꾼들은 발끈했다. 블로그 공간에는 “냉장고에도 인터넷을 연결해 쓰는 세상에 아이피 공유기를 막는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집에 들어온 수도관에 수도꼭지 여러 개 단다고 돈을 더 내라는 꼴”이라며 KT 성토 목소리가 높다. ‘안티 KT’의 목소리는 트랙백을 통해 급속히 번져 나갔고, ‘KT’는 인기 꼬릿말이 됐다.




KT “일반 가정 이용자는 단속 대상 아니다”

KT의 인터넷서비스 이용 약관 (2007.7.30 고시)

제13조. 계약의 해제 및 해지

6. 케이티는 다음중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할 수 있습니다.

… (8). 케이티의 사전 승인없이 별도의 서브네트워크를 구성하여 약정한 수 이상의 단말기기(PC 등)를 연결하여 이용한 경우

<별표> 요금표

3. 기타요금

...... (4) 공유기 등 서브네트워크(sub-network) 무단 부착에 대한 위약금

O 고객이 케이티의 사전 승인 없이 공유기 등 서브네트워크를 이용하여 약정한 단말 수 이상을 연결하여 사용하고, 케이티가 원상 회복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용할 경우 해당 고객에게 위약금 성격의 실비를 부과할 수 있음

- 산정식: 약정 이외의 단말수 * 최근 6개월 평균 이용요금 * 3

- 고객이 이용기간이 6개월 미만인 경우 해당기간의 평균요금 적용

들끓는 누리꾼 성토에 대해 정작 팝업 공지를 띄원 KT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KT는 “일반 가정 이용자는 단속 대상이 아니다”라고 2일 해명했다. 현재 KT가 공지한 팝업창과 약관에 따르면 공유기를 사용해 2대까지는 추가비용없이 인터넷을 쓸 수 있다. 이용약관에 따르면 3대 이상을 쓰면 추가 요금 5천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가정에서 쓰는 공유기를 단속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KT 홍보팀의 한 직원은 “전국의 수많은 일반 가정을 상대로 단속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할 계획도 없다”며 “일부 도를 넘어선 곳 3천여곳이 그 대상이다”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팝업 고지는 미리 선별해둔 일부 사용자를 대상으로 나간 것”이라며 “일반 가정집은 1곳도 들어 있지 않다”고 이날 말했다. 그는 ‘어떻게 팝업 공지 대상을 선별했나’라는 질문에 “미리 파악해둔 명단으로 직접 방문 혹은 전화로 시정을 요청했으나 시정되지 않았던 곳”이라고 답했다.

KT가 밝힌 ‘도를 넘어선 곳’은 한 회선으로 수십회선을 나눠 쓰는 일부 사업장과 고시촌·하숙집과 같은 다중 이용시설이다. 특히 입주자들에게 인터넷 요금을 받아 사실상 재판매를 하고 있는 곳이 집중단속 대상이다.

» 블로거들은 공유기 단속 방침이 나오자 성토하는 글을 앞 다투어 올렸다.

누리꾼들 뭇매에 KT “이유 모르겠다”

상황이 이런 데도 누리꾼들의 성토 목소리가 높아진 것에 대해 KT조차 “수 년간 계속해서 해오던 것인데 최근에 갑자기 문제가 된 이유를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KT의 한 관계자는 “일부 아이피 공유기를 만드는 업체에서 전문지를 상대로 강하게 문제제기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배후설을 제기했다. 그는 “일부 공유기 제조업체에서 원룸이나 하숙집 공사때 마치 자신들이 인터넷 서비스업체인 듯 가장해 공유기를 설치하고 공사비를 받아내는 사례까지 있다”며 “단속을 강화할 경우 자신들의 이익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언론 플레이”라고 덧붙였다.

KT의 해명이 공유기 단속에 발끈한 누리꾼을 달래기 위한 입발림용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인터넷 가입자를 빼앗아오기 위한 업체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섣부른 공유기 단속은 가입자의 이탈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ISP도 예외는 아니다. 하나로텔레콤 홍보팀의 정양기 차장은 “우리 회사도 일반 가정은 단속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인터넷 서비스 업체 어느 곳도 일반 가정을 대상으로 단속을 나서기 어려운 입장인 것이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이미 KT가 미승인 공유기를 사용할 경우 위약금을 물게 하도록 약관을 변경한 상태고, 최근 몇 년간 반복해서 단속 방침이 흘러 나오는 것을 보고 언젠가는 단속의 대상이 일반 가정에까지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누리꾼 ‘데굴대굴’은 “이미 적자폭이 커진 유선전화에 대한 이익 보전을 위해서라도 언젠가는 일반 가정을 상대로 공유기 단속을 하게 될 것이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겨레〉온라인뉴스팀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