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What happen ??

경찰 ‘토끼몰이식’ 강제 진압…종로 일대 ‘아수라장’

이것이 진정 내가 사는 조국의 정치 현실이란 말이냐.. ㅠ.ㅠ


경찰 ‘토끼몰이식’ 강제 진압…종로 일대 ‘아수라장’
[현장중계] 26~27일 청계광장 ‘19번째 촛불문화제’
자정 넘자 “공권력 투입하겠다” 방송 뒤 방패 휘둘러
하니Only 박종찬 기자 허재현 기자 이규호 피디
연행자·부상자 속출…거리 시위 3일째 충돌



[7신 : 27일 새벽 3시] 연행자·부상자 속출…남은 시위대 다시 청계광장으로

경찰의 진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부상자와 연행자가 속출했다. 평화롭게 시작된 19번째 촛불문화제도 거리시위로 이어지면서 경찰의 폭력적 진압으로 마무리 되었다.

새벽 2시30분. 종각역 앞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하는 과정에서 50대 여성 김아무개(57)씨가 넘어지면서 바닥에 깔렸다. 김씨는 오른쪽 어깨에 타박상을 입었고, 신음소리를 내며 5분 동안 혼절했다. 의료 자원봉사단이 김씨를 응급처치 했지만, 김씨는 안정을 찾지 못하고 결국 119 구급차에 실려갔다.

김아무개(35)씨도 경찰이 시위대를 인도로 밀어내는 과정에서 넘어져 바닥에 깔렸다. 그는 오른쪽 팔꿈치와 목덜미 부분에 피멍이 들었다. 또 다른 20대 남성도 넘어져 발을 접질려 구급차에 실려나갔다. 광우병 국민 대책위는 경찰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시민 29명을 연행했다고 밝혔다. 시민들은 곳곳에서 경찰과 심한 몸싸움을 벌이며 연행에 항의했다.




새벽 2시40분. 경찰은 시위대를 도로 양옆으로 완전히 밀어냈다. 시민들은 “폭력 경찰 물러가라”, “평화시위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경찰에 야유를 보내고 있다. 시민들이 밀려난 도로에 경찰과 취재진만 남았다. 경찰은 종로 3가 방향으로 차량을 먼저 통과시키고 10분 뒤 양방향의 차량을 모두 소통시켰다.

새벽 3시. 종로거리 양쪽에서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던 시위대들의 목소리도 잦아졌다. 휠체어를 탄 강미숙(43)씨와 2명의 남성만이 종각역 근처 1차선 도로에서 “청계광장으로 가겠다”며 “길을 터달라”고 호소했다. 경찰은 결국 이들에게 청계광장으로 가는 1차선 도로를 열었다. 50여명의 시민들이 이들을 격려하며 뒤를 따랐다.

종로 쪽에 있던 시민들은 청계광장으로 자리를 옮겨 밤샘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시민 600여명은 경찰의 폭력 진압을 규탄하는 자유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광우병 국민대책위는 “촛불문화제를 매일 청계광장에서 열겠다”고 밝혔다. 주말에 이어 거리 시위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하면서 양쪽은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 촛불을 든 성난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오면서 또 다시 폭력으로 마무리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이유다. 글 허재현 박종찬 기자 catalunia@hani.co.kr 영상 이규호 김도성 피디 295pd@hani.co.kr

» 26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정부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협상을 촉구하며 가두시위를 하려하자 경찰이 막아서며 양측이 대치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연행자·부상자 발생…시위대 “비폭력” 외치며 거센 항의

[6신 : 27일 새벽 2시] 연행자·부상자 발생…시위대 “비폭력” 외치며 거센 항의

12시30분을 넘기자 경찰 방송차에서 “해산하라”는 경고 방송이 이어졌다. 경찰은 “불법 거리시위로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으니 즉시 해산하라. 그렇지 않으면 공권력을 투입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나 시위대는 오히려 “차 빼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종각역 근처에서 대치를 계속했다. 인도에서 지켜보던 시민들은 “시민들은 하나도 불편하지 않다”고 외쳤다.

새벽 12시 50분께. 경찰이 본 대열이 뒷편 종로 2가 쪽부터 다시 시위대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웅성웅성 거리며 불안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종로 와이엠씨에이 건물 쪽에는 시민 1백여 명이 연좌시위를 벌이며 경찰의 후방 압박을 저지하고 있다. 주로 30대 남자들로 구성된 이들은 자리에 앉은 채로 스크럼을 짜고 있다. 이들은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며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다.

새벽 1시께. “우두두두두두.” 요란한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 골목에서 경찰들이 쏟아져 나왔다. 경찰은 시위대 앞쪽부터 먼저 공격해 들어왔다. 방패를 휘두르며 들어오는 경찰에 쫓겨 순식간에 앞쪽 시위대는 흩어지기 시작했다. 몇몇 시민들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악” 하고 소리를 질렀다. 경찰에 물병을 던지며 저항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새벽 1시10분. 이번엔 경찰이 앞쪽 시위대와 약 1백여미터 떨어져 있던 뒤쪽 시위대 해산에 들어갔다. 시위대 뒤쪽도 순식간에 대열이 무너졌고 시민들은 골목으로 내몰렸다. 이 과정에서 연좌시위를 하고 있던 시민 6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새벽 1시20분께. 순식간에 경찰에 쫒겨 인도로 피했던 시민들이 다시 도로로 쏟아져 나와 약 1천여명의 시민들이 와이엠씨에이 건물 근처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경찰의 토끼몰이식 시위대 해산으로 종로 일대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현재 종로일대는 시민들의 비명소리와 흥분한 경찰들이 바닥에 방패를 찍는 소리와 기합소리가 뒤엉켜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시민들은 “비폭력”, “폭력경찰 물러가라”를 외치며 경찰의 진압에 거세게 항의했다. 경찰도 큰 소리로 구호를 외치며, 긴장된 눈빛으로 시민들을 바라보고 있다.

아직까지 부상자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1시30분 종각역 부근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던 시위대 사이에서 갑자기 외마디 비명소리가 났다.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집회에 참석한 강미숙(43)씨가 앞을 가로막는 전경들 앞에서 자해를 시도한 것이다.

강씨는 “나를 말리지 말라. 앞으로 나가야 한다”며 과일 칼로 자신의 손목 부근을 2~3번 내리 찍었다. 강씨는 다행히 의료 자원봉사단과 주변 시민들의 제지로 깊은 상처는 입지 않았다.

한편, 청계광장에는 촛불을 든 시민 1백여명이 지금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들은 25일 시위에서 경찰이 시민들이 청계광장으로 다시 돌아오지 못하도록 막은 것 때문에 청계광장을 지키기로 한 시민들이다. 고아무개(30)씨는 “시민들이 청계광장으로 다시 돌아올 때 외롭지 않도록 이곳을 지키기로 했다”며 “25일엔 경찰이 시민들이 이곳에 다시 돌아오지 못하도록 막았다”고 주장했다.

종로서 시위대-경찰-버스 한데 뒤엉켜 ‘아수라장’



[5신 : 밤 12시20분] 시위대, 종로거리 기습 점거…종각역서 경찰과 대치

종로가 뚫렸다. 지도부도 없는 시위대는 을지로로 우회해 기습적으로 종로 도로를 점거했다.

저녁 11시께 청계천에서 촛불 문화제를 마친 시위대는 을지로 1가를 지나 롯데백화점, 명동역을 거쳐 퇴계로 2가를 돌아 종로 3가에 도착했다. 이때까지 시위대는 줄지 않고 1만여명을 유지하고 있었다. 시위대가 가고자 하는 곳은 명확했다. 청와대였다.

경찰은 무방비로 시위대에게 편도 차로를 내줬다. 시위대가 종로 3가 와이엠씨에이 앞에 이르러서야 경찰은 바리케이트를 치고 시위대의 허리를 잘랐다.

시위대는 세종로 쪽을 향해 본 대열이 경찰과 맞섰다. 또 다른 시위대는 종로 3가를 바라보고 본대열에 합류하려고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지하철 입구 난간에서 보니 되레 경찰이 시위대에 포위된 형국이었다.

이때까지 미처 도로를 빠져나가지 못한 버스 5대가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 끼어 안절부절 못했다. 주변을 걷던 시민들과 경찰, 시위대가 한데 뒤엉켜 종로 거리는 순신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12시20분. 시위대의 허리를 잘랐던 경찰은 종각역 국세청 건물 앞까지 물러나 있다. 경찰 뒤에는 살수차와 집회 해산을 경고하는 방송차가 버티고 서 있다.

시위대는 대열을 정비하며 구호를 외쳤다. 그러나 시위대를 이끄는 지도부는 없다. 소형 손 확성기를 든 여성 두 사람이 “폭력 경찰 물러가라“, “평화시위 보장하라”, “연행자를 석방하라” 등의 구호를 선창했다. 시민들은 구호를 따라 외쳤다. 시위대 중간중간에선 “고시철회, 협상무효”, “이명박 탄핵” 등의 구호도 터져 나왔다.

일부 시민들은 구호를 외치면서도 한손엔 촛불을 놓지 않았다. 청계천 촛불문화제부터 함께 했던 김아무개(34·서울시 성북구 길음동)씨는 “거리 점거나 폭력 시위는 우리가 원하는 바가 아니다”며 “그런 뜻에서 평화를 상징하는 촛불을 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20년 전으로 세상이 거꾸로 가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며 “시민들의 요구를 공권력으로 막으려는 정권의 태도는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20년전 ‘독재타도’와 ‘민주 쟁취’를 외치는 시위대에 자리를 내줬던 종로는 2008년 ‘고시철회’와 ‘재협상’을 요구하는 시위대에 다시 자리를 내줬다. 그때 처럼 지나가는 시민들은 구호를 함께 외치며 시위대를 응원했다.

» 26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정부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협상을 촉구하며 가두시위를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4신 : 밤 11시20분] 시위대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몰라…경찰 또 ‘당황’

명동에 도착한 시위대는 쇼핑나온 시민들을 향해 집회에 함께하자고 호소했다. 이들은 “민주시민 함께 해요”라고 구호를 외쳤다. 일부 시민들은 시위대열에 함께 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시위대가 명동 고가도로에 이르자 진풍경이 벌어졌다. ‘고시철회, 협상무효’ 등의 함성이 도심 이곳저곳에 메아리 치면서 마치 수만명이 구호를 외치는 듯 했다. 시민들은 감격에 겨워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시위대가 명동 세종호텔 앞에 이르자 호텔 투숙객들은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구경했다. 또 운전 중인 일부 시민들은 시위대에 유인물을 달라고 먼저 손을 내밀기도 했다.

시위대는 남산 1호 터널 입구에서 다시 종로방향으로 방향을 틀었다. 시위를 이끌고 있던 한 여성이 청계천 삼일교에 도착한 시위대를 향해 “아름다운 밤이에요”라고 외치자 시위대는 “와”하고 함성을 질렀다.

시위대는 종로 2가에서 광화문 방향으로 행진을 하던 도중 경찰과 잠깐 대치하기도 했다. 와이엠씨에이 건물 앞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했지만 큰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11시20분 현재, 경찰은 종로 1가 주변에 살수차를 대기시키고, 시위대의 행진을 막을 준비를 하고 있다.

오늘 행진은 경찰이 미처 예상하지 못한 곳으로만 이뤄졌다. 행진대열 앞의 시민들은 즉흥적으로 코스를 정하며 행진을 이어갔다. 교통 경찰들은 시위대가 어디로 방향을 틀지 몰라 당황하며, 차량 순회를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반면 시민들이 명동 일대를 돌아 종로까지 돌아오는 동안 경찰은 속수무책이었다.

» 26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정부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협상을 촉구하며 가두시위를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3신 : 밤 10시30분] 집회 마친 시민들 을지로 → 명동역 쪽으로 행진 시작

“미친소 너먹어. 국민들 만만하게 생각하고 있는(중략) 묻지 말고 대답해봐.”

오늘도 무대에 오른 시민들은 ‘노가바’(노래가사 바꿔 부르기)를 부르며 촛불문화제를 즐겁게 했다. 홍창기(32·서울시 봉천동)씨는 노브레인의 ‘넌 내게 반했어’ 란 노래를 개사해 갈라진 목소리로 열창을 했다. 고음이 제대로 올라가지 않는 갈라진 목소리였지만 시민들은 모두 자리에 일어나 촛불을 흔들며 그의 노래에 열광했다. 홍씨가 노래를 하는 동안 서승원(35·수원시 장안동)씨가 일어서지 못하는 다우너소 퍼포먼스를 함께 선보였다.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이들의 깜짝 공연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청소년들은 무대에 올라 거침없이 주장을 펼쳤다. 신아무개(18·서울시 구로동)양은 “경찰이 국민은 안 지키고 이명박 대통령만 지킨다”며 “경찰은 세금 내는 국민을 보호해 달라”고 주문했다. 신양은 또 “6월2일 보신각 앞에서 열리는 2차 청소년 행동의 날에 많이 참석해달라”고 덧붙였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걱정하는 시민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문광현(59·광명시 철산동)씨는 “대한민국이 미국의 일개 주냐. 이명박 대통령은 주지사냐”며 “남은 임기동안 우리가 이 대통령의 행동을 감시하자”고 제안했다. 위현복(23·서울대 경영학과)씨는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기업이 됐나. 언제부터 국민이 사원이 됐냐”며 “대통령이 국민을 제대로 섬긴다면 당장 재협상하라”고 촉구했다.

집회 중간에 시민들은 하얀 종이를 들었다 내렸다 하며 “고시철회”, “협상무효”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하얀 종이는 정부의 고시방침을 백지화하라는 의미의 상징물이다.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집회에 혼자 참석한 강미숙(43)씨가 연설을 할 때는 장내가 숙연해졌다. 강씨는 류머티즘을 앓고 있는 장애인이라 일어서지도 못하는 몸이지만 5월 내내 촛불문화제에 참석하고 있다. 강씨는 “26일 새벽 광화문 우체국 앞에서 경찰에 연행될 때, 관절염을 앓고 있는 내 팔목을 강하게 비틀었다”며 울먹였다. 강씨의 팔목엔 붕대가 감겨 있었다. 그의 눈에선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렸다. 시민들은 마음이 아픈 듯 조용히 그를 위로했다.

오늘은 “경찰이 시민들을 폭행하는 것을 막겠다”며 행동에 나선 예비군들도 등장했다. 9시 현재 4명의 예비군인들이 군복을 입고, 광화문 이순신동상 앞 인도에 서 있다. 신원교(29·서울시 녹번동)씨는 “경찰이 폭력으로 진압을 하면 시민들의 방패가 되겠다”며 “지금 집에 있는 예비군들이 어서 이곳으로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씨는 자신이 “26일 새벽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예비군이 모여 시민을 지키자’고 글을 남긴 누리꾼 빨간문어”라고 밝혔다.

한 시민은 이순신 동상 앞 인도에서 작은 태극기를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왕아무개(32·서울시 월계동)씨는 “시민이 폭력을 휘둘렀다고 하는데, 평화시위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저녁 9시30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렸던 촛불 문화제는 질서있게 끝났다. 사회자 정씨는 “오늘도 우린 이 자리에 모여 이명박 대통령에게 정신을 차리라고, 국민의 목소리를 들으라고, 미친소는 안 먹겠다고 외쳤다”며 “더 이상 국민들의 목숨을 가지고 장난치지 말라”고 청와대를 향해 외쳤다.

시민들은 “내일도 모레도, 고시가 철회되고 재협상이 되는 그날까지 모이자”고 외쳤다. 시민들은 촛불을 흔들며 하나둘 청계광장을 빠져나갔다. 대책위 쪽은 오늘 모인 시민들의 수를 1만5천여명으로 집계했다.

저녁 10시30분. 집회를 마친 시민들은 집으로 가지 않고 청계광장을 빠져나와 을지로 쪽으로 방향을 틀어 명동역 앞에 도착했다. 시민들은 차로를 점거하고 ‘고시철회, 협상무효’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아직 경찰은 시민들의 행렬을 막지 못하고 있다.

» 26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정부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협상을 촉구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2신 : 저녁 9시] “정부의 고시 연기는 우리가 지켜온 촛불의 성과”

1만개 촛불이 다시 청계광장을 환하게 밝혔다. 전날 가두시위에서 경찰과 시민들 사이에 충돌이 벌어져 우려가 높았지만, 다시 시작된 촛불 문화제는 여전히 평화롭고 여유로웠다. ‘고시철회’와 ‘평화시위 보장’을 요구하는 손팻말도 촛불과 함께 춤을 추었다.

예정보다 조금 늦게 시작된 촛불문화제는 시민들의 자유발언과 문화공연이 이어졌다. 사회를 맡은 대책회의 활동가 정보선씨는 시원시원한 입심을 과시하며 시민들을 환호를 받았다. 정씨는 “국민들 눈치를 보느라 장관 고시를 또 연기하지 않았느냐”며 “우리들이 지켜온 촛불의 성과”라고 주장했다. 또 정씨는 촛불을 든 시민들을 향해 “우리는 촛불파요, 유일한 정의파요, 마침내 승리할 것이기 때문에 승리파”라며 “정부가 고시를 철회하고 재협상하는 그날까지 끝까지 싸우자”고 외쳤다. 시민들은 촛불을 흔들며 박수를 쳤다.

“주말동안 있었던 일을 직접 나와서 보고 싶었다”

잠시 뒤 2명의 여대생이 무대에 올랐다. 한국대학생문화연대라고 자신들을 소개한 이들은 대중가요를 개사한 노래에 맞춰 신나게 몸을 흔들었다. 그들이 무대에서 춤을 추는 동안 무대 밑의 남여 고등학생들도 시민들 앞에서 작은 무대를 만들고 춤을 추었다. 이지선 한국대학생문화연대 기획국장(23)은 “광우병 싸움을 더 길게 더 즐겁게 하려고 율동을 만들었다”며 “앞으로 자주 무대에 올라 즐거운 투쟁이 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정치가 정치인들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문제를 우리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바로 정치”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만든 청계천의 촛불을 더 키워 청와대까지 덮는 촛불의 바다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립 언론’이자 ‘좌파 언론’인 ‘맞불’의 기자라고 밝힌 정지윤(36)씨도 마이크를 잡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씨는 “우린 조중동처럼 높은 빌딩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거짓말 하지 않고 민중들을 대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정씨는 요즘 요행하는 광고를 인용해 “국민을 무시하면 촛불을 들면 되고, 가두행진을 무시하면 민주항쟁을 벌이면 된다”며 “이명박 정부가 고시를 강행한다면 민중항쟁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불광동에 사는 60대 할아버지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노인은 “광우병 걸린 미친소를 손자와 손녀, 동네 아이들에게 먹이기 싫어 나왔다”며 “한마디로 너나 먹어라. 미친소”라고 청와대를 향해 외쳤다.

오늘도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무대에 올랐다. 사회자 정씨는 강 의원을 향해 “대한민국 정치인 가운데 유일하게 촛불 문화제 무대에 설 자격이 있는 분”이라고 소개했다. 시민들은 강기갑을 연호했고 강 의원은 시민들을 향해 한참 동안 손을 흔들었다. 강 의원은 “정치하는 사람들이 잘못해 많은 젊은이들이 다치고, 구치소에 갇혀 속죄하는 마음으로 삼보일배를 했다”며 “다치는 사람도 잡혀가는 사람도 없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집회를 시작한 지 2시간이 지나고 있지만, 무대 차 뒤에는 자유발언을 신청한 시민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한편, 청계광장 건너편 동화면세점 앞에도 1천5백여명의 시민이 촛불을 들고 따로 집회를 갖고 있다. 이들은 동화면세점 앞에 빼곡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준비된 마이크가 없어 종이로 깔대기 모양의 확성기를 만들어 자유 연설을 이어가고 있다. 또 지나가는 시민들을 상대로 “민주 시민 함께 해요”, “평화 시위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현재 동화면세점 앞은 경찰 버스로 둘러 쌓여 있고 수백명의 경찰들이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들을 에워싼 채 도로 진출을 봉쇄하고 있다. 아직까지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 5월26일 오후 7시께 서울 광화문 동아면세점 앞에서 자리가 없는 시민들이 경찰들사이에 촛불문화제를 하고있다. / 사진 이규호피디



[1신 : 저녁 7시] 춤과 노래 그리고 자유발언…촛불문화제 분위기 달궈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위한 촛불문화제가 26일 오후 7시부터 서울 청계광장 주변에서 열리고 있다. 벌써 19번째다. 평화롭게 진행되던 촛불문화제는 지난 24일 가두시위로 번졌고, 경찰과 충돌을 벌이는 등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열리는 오늘 촛불 문화제는 앞으로 전개될 ‘쇠고기 정국’에 중대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최 쪽은 이날 촛불문화제의 제목을 ‘연행자 석방! 고시강행 반대!’로 잡았다.

오후 6시30분. 청계광장 주변은 퇴근 길 시민들과 문화제를 준비하는 시민들, 시민들의 거리 진출을 막으려고 버스로 바리케이트를 치는 경찰들이 각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시민들은 사회단체들이 나눠준 유인물을 돌려 읽고, 삼삼오오 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시민들의 이야기 주제는 주말 가두시위에서 연행된 사람들의 처리 문제로 모아지고 있다. 딸과 함께 나온 고승희(39·서울 중랑구 신내동)씨는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사람들이 짱돌을 든 것도 아니고, 화염병을 던진 것도 아닌데 모조리 잡아갈 이유가 있느냐”며 “경찰이 폭력 시위로 매도해 물타기를 하려고 강압적으로 진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민들에게 촛불문화제 참여를 알리는 스티커를 나눠주던 박주영(24·서울 마포구 공덕동)씨의 생각도 비슷했다. 박씨는 “시민들이 한달째 촛불문화제를 개최하며 고시철회와 재협상을 요구했는데 정부는 눈과 귀를 막고 오히려 폭력으로 탄압하려 하고 있다”며 “폭력으로 평화로운 집회를 막는다면 더 큰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박씨는 일부 시위대가 거리시위를 벌인 것과 관련해 “평화로운 촛불문화제로 더 이상 안된다는 생각 때문에 거리로 뛰쳐나간 것”이라며 “각자의 생각에 따라 투쟁의 방식이 결정되는 것이라 어떤 것이 옳고 그르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어청수 경찰총장이 “거리시위에 배후 세력이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최아라(18·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씨는 “항상 무슨 일만 생기면 배후설 운운하는데 낡은 수법”이라며 “설령 주도하는 세력이 있다 하더라도 나처럼 참여하는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이왕 거리시위를 하려면 좀 더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국진(30·서울시 연남동)씨는 “계획도 없이 무조건 거리 시위 선동하는 사람들은 무책임하다”며 “조직된 대오로 체계적으로 거리행진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촛불문화제를 주최한 광우병 국민대책위 관계자는 “공식적인 일정은 촛불문화제까지 이지만 자발적으로 거리에 진출하는 시민을 우리가 막을 순 없다”며 “우린 촛불문화제를 주최하는 쪽이지, 거리시위 지휘부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날 촛불문화제에는 자발적으로 구호품을 준비해온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지난 24, 25일 집회에서 부상당한 시민들이 속출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 의료 자원봉사단이 꾸려진 것이다. 이들은 26일 결성된 ‘다음 아고라 의료봉사 모임’ 소속 회원들로 간호사와 군의무병 출신 등으로 구성했다. 이들은 각자 준비해온 소독약, 반창고 등이 담긴 구호상자를 들고 오늘 집회에 참석했다.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윤경자(40·서울 마포구 연희동)씨는 “어제 시위에서 구급차가 늦게 와 부상당한 시민들이 제대로 응급처치를 못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경찰이 이들을 방치하면 안될 것 같아 구호품을 준비해 왔다”고 말했다.

» 정부의 미 쇠고기 점검단이 귀국해 "문제될 것이 없다"라고 향후 방향이 주목되는 가운데, 26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과 임종인 무소속 의원을 비롯한 시민단체 회원들과 시민들이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고시 반대와 전면 재협상을 촉구하며 청와대를 향해 3보 1배를 시작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오늘도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오후 네시 반 께 청계광장에서 삼보일배를 시작할 때 시민들이 함께 하려 했으나 경찰이 인도를 막아 빈축을 샀다. 김아무개(32·인천시 학익동)씨는 “경찰이 시민들의 도로 점거를 막는 건 이해해도 왜 인도까지 막는지 이해가 안간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한편, 지난 24일 거리시위로 경찰과 시위대 사이에 충돌이 벌어졌던 광화문 우체국 주변은 오늘도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경찰은 이순신 동상 앞으로 살수차와 방송차량을 배치했고, 교보생명 앞에 100여명의 의경들이 진을 치고 있다. 광화문 도로의 1, 2차로는 경찰차가 바리케이트로 막았다. 맞은 편 동화면세점 앞에는 시민 300여명이 모여 촛불문화제를 진행하고 있고, 비슷한 수의 경찰들이 시민들의 도로 진출을 막아서고 있다.

7시 20분께 <아침이슬>이 울려퍼지고, 무대용 차량이 청계광장 앞으로 다가오면서 19번째 촛불문화제는 다시 불을 밝혔다. 박종찬 허재현 기자 pjc@hani.co.kr 영상 이규호 김도성 피디 295p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