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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차 값은 왜 오르기만 할까요?

국산차 값은 왜 오르기만 할까요?
속터지는 운전자 궁금씨 ‘닥터 카’에게 따져 묻다

국산차 값이 계속 오르는 데 대한 소비자 불만이 적지 않다. 반대로 수입차의 경우는 3000만원 내외로 선택할 수 있는 차종이 점차 늘면서 30대 회사원이나 전문직 가운데 수입차 구매를 고려하는 이들이 차츰 늘고 있다. 앞으로 내수시장의 국산·수입차 가격과 점유율은 어떻게 변화해 갈까. 가상(假想)의 소비자 ‘궁금’씨와 자동차 전문가 ‘닥터 카’의 대화를 통해 전망해 본다.

궁금씨: 요즘은 국산차 값이 너무 비싼 것 같아요. 중형세단도 2000만원, 중형 SUV는 3000만원은 줘야 살 수 있으니까요. 특히 현대차가 가격 인상을 주도한 것 아닌가요?

닥터 카: 같은 그룹인 현대차와 기아차의 내수 점유율은 70%에 달합니다. 미국 자동차회사 GM이 역사상 최고 전성기를 누릴 때 딱 이 정도 점유율을 가진 적이 있었어요. 이때는 GM이 정한 가격이 곧바로 시장가격이었어요. 이런 점유율을 가진다면 현대·기아차가 아니더라도 비슷한 상황이 나왔을지도 모릅니다.

궁금씨: 그럼 다른 국내 자동차회사들은 왜 가격을 낮춰 견제하지 않는 거죠?

닥터 카: 가격을 내려 점유율을 올리는 것보다 가격을 따라 올려서 대당 수익을 높이는 편이 다른 회사들에도 유리했던 것 같아요. 르노삼성은 작년에 국내에 차를 팔아 2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는데요. 어차피 르노삼성의 생산능력은 15만대 수준이었기 때문에, 차 값을 낮춰 수요를 늘렸더라도 생산이 따라주지 못했을 거예요. 결국 차 값을 따라 올려 대당 수익을 키우는 게 유리했겠죠. 르노삼성의 한 임원은 실제로 “작년에 현대차 덕분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얘기하더군요.

궁금씨: 현대차의 미국 판매가격이 국내가격보다 오히려 싼 것은 잘못 아닌가요?

닥터 카: 그건 미국시장과 국내시장의 특성이 서로 다르고, 시장이 거의 완벽하게 분리돼 있기 때문이에요. 현대차가 국내시장에서 내는 대당 수익률이 해외시장보다 높다는 것은 맞지요. 하지만 미국은 한국과 달리 시장의 절대강자가 없어요. 1위인 GM도 20% 중반의 점유율에 불과하죠. 경쟁이 정말 치열합니다. 미국에서는 도요타·혼다차 값이 동급의 현대차 값보다 10~20%밖에 비싸지 않거든요. 현대차가 값을 올리고 싶어도 견제 상대가 워낙 막강하니까 올리지 못하는 것이지요.

궁금씨: 한국시장에서는 현대차가 값을 올려도 견제상대가 없다는 얘기군요.

닥터 카: 미국시장에서 쏘나타와 경쟁상대인 혼다 어코드(2.4리터)는 국내 판매가가 3490만원입니다. 비슷한 사양의 국내 쏘나타(2.4리터) 판매가는 2600만원 전후입니다. 어코드가 수입차치고는 꽤 저렴한 편이라고 하지만, 쏘나타보다 35% 정도 비쌉니다. 아직 직접 경쟁상대로 보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궁금씨: 그럼 가격이 오르는 게 당연하다는 얘기인가요?

닥터 카: 그렇진 않아요. 구형보다 신형이 좋아지는 것은 당연한 거죠. 기술발전과 원가절감을 통해 차량가격이 낮아지는 효과도 있고요. 신차를 내놓았다고 값을 크게 올리는 것은 잘못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가격을 높여 올리는 대당 수익이 가격인상으로 고객이 이탈해 발생하는 손실보다 훨씬 많다는 게 문제이겠지요. 수익을 내는 게 중요한 회사 입장에서 그런 상황을 외면하긴 어려울 겁니다.

궁금씨: 그럼 언제쯤 국내 차 값 인상이 멈출까요.

닥터 카: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이 그만큼 높다는 것은 소비자들이 그만큼 많이 찾는다는 뜻이죠. 비난은 하지만 결국 구입할 때는 현대·기아차를 많이 택한다는 겁니다. 결국 값 대비 상품성에서 현대·기아차를 능가하는 차가 나올 때, 또 수입차 가운데 국산차와 가격으로 경쟁할 수 있는 차가 늘어날 때, 인상이 멈출 수 있겠지요.

궁금씨: 그게 언제쯤일까요.

닥터 카: GM대우 르노삼성 등에서 매력적인 차종을 많이 내놓아야겠지요. 현행 르노삼성 차종들이 새로 바뀌는 시점, GM대우가 GM그룹 차원의 신차를 투입하는 2009년 이후부터는 내수 경쟁이 좀 더 치열해지고 따라서 소비자에게 좀 더 유리한 쪽으로 시장이 바뀌어 나갈 것으로 봅니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가 올해 체결될 경우, 미국산 일본차가 무관세(현재는 8%)로 들어올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데요. 이 점도 하나의 변수가 되겠지요.

궁금씨: 수입차는 얼마나 늘어날까요?

닥터 카: 2010년 이후엔 수입차 점유율이 9~10%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조만간 대중차 중심의 수입차 회사가 시장 변화를 주도할 가능성도 있어요. 국내에서 ‘규모의 경제’를 이룬 뒤 값을 더 낮춰 국산차와 정면승부하는 차종이 생겨날지도 모르지요.